작업 초기, 나무에 새겨진 상흔을 통해 삶의 깊이를 은유하던 이영희 작가는, 그 위에 길을 그려 넣으며, 점차 '길'이라는 상징적 모티프에 천착했다. 감정의 잔향이 켜켜이 쌓인 그 길은 과거이자 미래이며, 우리 모두의 현재이기도 하다. 길 위에 응축된 감정의 밀도는 형상에 스며들고, 장면은 현실 너머의 여운을 품는다. 그는 현장 에서 직접 체득한 감각을 토대로, 재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회화적 리얼리티를 구현한다. 감각과 사유로 전개된 화면은 구상의 틀 안에서 추상성을 획득하며 감흥을 더한다. 현장의 호흡을 머금은 물기 어린 공기, 투명한 기류는 자연의 촉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 감각은 장소가 품은 정서적 기억과 맞닿아 있다. 풍경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다시 풍경이 된다. 시 간과 공간, 기억과 감정이 겹겹이 포개지며, 그리움과 현실 너머의 가능성이 동시에 펼쳐진다. 언덕 너머 어렴풋이 다가오는 여명과 같은 그의 여정은 마침내 희망의 표상으로 자리 잡는다. 작가는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을 사유하며 무한히 펼쳐진 하늘과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 삶의 서사를 새긴다. 작품 속에서 삶의 여정을 찾아 길을 나선 그 길의 끝에 한없는 무언가 펼 쳐져 있는듯하다. 인간은 그 속에서 지나가고, 기다리고, 다시 나아간다. 작가는 바로 이 하루하 루의 흐름 속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고단한 현실 안에서도 끝끝내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2025년 6월 이영희 개인전 《Life Journey: 삶의 길》 전시소개 中